본문 바로가기
오곡일기

『サカナクション - フレンドリー』

by ldj0214 2024. 2. 5.

2024. 02. 05. 월
오늘의 곡은 사카낙션의 프렌들리.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카타르 아시안컵을 통화하며 같이 보자고 하였다.
그 친구는 내 옆에 없지만 마치 한 방에 있는 것처럼
나와 같은 시선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세상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설하고, 본론은 그 친구와 작은 말다툼을 하였다.
같이 중계를 보다가 "저 선수 수염 예쁘네", "북 치면서 응원하려면 팔 근육 장난 아니겠다."같은 말을 하면
그 친구는 한숨을 쉬며 "헛소리 하지 마"라고 말했고, 스트리머의 방송을 틀며 다른 사람과 카톡을 하였다.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되지만

'나와의 통화가 그렇게 재미가 없나?', '얘는 나의 어떤 반응을 원하고 같이 보자고 했을까?'
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흘러넘쳐 굳이 느낄 필요 없는 소외감을 느꼈다.
얼른 이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골 찬스일 때마다 일부러 크게 리액션하며 말 거니까
그 친구는 다시 한숨을 쉬며 "헛소리 좀"이라는 단 두 마디로 나를 제압하였다.
그때 내 마음속에 있는 빨간 버튼이 눌러졌다.
이때까지 쌓여온 이 친구에 대한 작은 서운함이 뭉쳐 목구멍 너머로 올라와 버렸다.
내가 느꼈던 서운한 점을 차례대로 설명하니까, 그 친구도 자기 입장을 설명하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축구의 승패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로지 우리 둘만의 시간이었다.
 
결론은 둘 다 다른 사람을 이해할 때 '나'를 대입하는 사람이었던 거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욕과 같은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을 정말 싫어하기에 욕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이고,
그 친구는 자신이 뭘 당하든 똑같이 되갚아준다는 마인드가 있어 욕을 들으면 자신도 욕을 하는 사람이다.
이 말은 즉 슨,
나는 나에 대한 나쁜 말을 들었을 때 면역력이 거의 없으며, 허들도 굉장히 낮아 상처를 자주 입는 반면,
그 친구는 언행이 남들보다 조금 센 편이며, 상처를 잘 입지 않는 누구보다 단단한 사람이었던 거다.
이해가 되니까 나를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돼 내 감정만을 나열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괜히 즐거운 분위기를 깬 것 같아 미안해져서 혹시 나한테 서운한 점은 없었냐고 물어보니 그런 건 없다고 하였다.
참 단단한 친구구만.
다행히 위태롭던 축구도 연장 추가시간에 극적인 동점 골을 넣고,
승부차기에서 빛현우의 활약으로 한국이 우승을 거머쥐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 인간관계란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짧은 시간으로 충분히 풀 수 있는 것을 괜히 길게 돌려 말하다 오해를 사고,
감정싸움으로 이어져 결국 손절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본다.
모두 악의 없는 착한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나이가 들면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거라 다짐했건만,
아직 한참 멀었나 보다.
얼른 어른이 되면 좋겠네.
 
내일 한국과 요르단의 4강 경기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같이 보자고 연락해봐야겠다.
 

사카낙션의 곡은 이미 이 블로그 처음 글의 소재로 썼지만, 라이브 티켓 당첨 기념으로 재탕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