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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일기

『GEUNSU(근수) - Money(돈)』

by ldj0214 2024. 2. 29.

2024. 02. 29. 목
오늘의 곡은 근수의 돈.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행복하려면 돈이 많아야 할까.
 
짧다고 하면 짧은 22년 인생, 돈보단 행복을 쫓아 달려왔건만
요새 이 딜레마가 나를 계속 괴롭힌다.
우리 집안이 그렇게 넉넉한 편은 아니기에 항상 눈치를 보며 음악을 해왔는데,
가진 게 많은 이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대로 세상에 펼칠 거라 생각하니 배알이 꼴릴 때도 있었다.
돈이라는 조건을 가지고 시작했으면 나의 목표와 꿈이 달라졌을까.

그런 고민에 침울감이 늘어날 때면 기분전환으로 퍼즐게임을 한다.
'로얄 매치'라고 알 사람을 알 텐데,
왕이 위험에 처해 도움을 구하지만 결국 실패하는 내용의 광고가
유튜브 틀면 시도 때도 없이 나와 결국 깔게 만든다는 악명높은 게임이다.
나 말고도 우리 가족 전부 이 게임에 빠져 살고 있는데,
게임 잘 안 하기로 소문난 어무니에게 왜 깔았냐고 물어보니,
왕이 너무 불쌍해서 구해주려고 깔았다나 뭐라나.
그 광고가 먹히는 사람한텐 먹히는구만.

이 게임은 레벨을 많이 깨면 깰수록 어려워져 그만큼 실력을 요구한다.
셋 중에 아부지, 어무니, 나 순으로 레벨이 높지만,
비교적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많이 접했던 난
두분 보다 압도적으로 아이템 수나 골드의 양이 많이 쌓여있다.
그래서 그런가 점점 이 게임이 질리기 시작하더라.
아이템이 많으니 실패할 확률도 낮고, 할 때마다 깨버려 짜릿한 맛이 없달까.
그에 비해 아부지, 어무니는 레벨을 깰 때마다 양손을 번쩍 들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셨다.

문득 딜레마를 벗어날 열쇠가 번쩍하고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가진 게 많을수록 기준이 높아져 오히려 행복을 놓쳐버리는 게 아닐까?
아이템과 골드가 넘치지만 게임이 그닥 재미없는 나처럼 말이다.
돈에 대한 고민도 넉넉하지 못한 환경이 만든거라 생각하니 오히려 안심된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려나.
예전엔 조금 원망했지만, 지금은 내가 처한 환경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역시 기분이 꿀꿀할땐 로얄 매치가 최고다!  (광고 아님)
연속으로 깨지 못하면 받는 페널티가 두려워 이때까지 아이템을 써가며 깼지만,
아이템 없이 오직 내 실력만으로 깨볼까 한다.

그러곤 아부지, 어무니처럼 양손을 들고 맘껏 기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