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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일기

『래원 - 잠 못 드는 밤』

by ldj0214 2024. 4. 23.

2024. 04. 23. 화
오늘의 곡은 래원의 잠 못 드는 밤.
 
하도 작업을 안 해서 손이 근질근질해 타자연습이나 하고 있었을 때,
고등학교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자신이 미디 관련 수업을 들었는데, 하나도 모르겠다며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카톡이었다.
나는 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기에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무슨 과제냐 물어보니
동요를 이디엠으로 바꿔달라고 하였다.
...
동요를 이디엠으로 바꿔달라고?
절대로 관계없을 거 같은 두 단어가 한 문장에 있어서 느껴지는 어색함에
내 자신만만한 표정은 굳고, 타자 연습을 한 내 손가락은 'ㅇㅋ' 두 글자조차 잘 쳐내지 못했다.
잠시 의자에서 일어나 물 한잔 먹으며 마음을 가다듬고 찬찬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멜로디는 유지한 채 코드만 이디엠스럽게 바꾸면 그럴싸하지 않을까?
아이디어가 떠오르자마자 바로 오케이 싸인 때리고 로직켜서 작업을 시작하였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몰입감과 설렘으로 곡을 순식간에 만들어 버렸다.
아니 순식간은 내가 느낀 시간이고,
실제론 연락받고 8시간 동안 밥도 안 먹고 의자에 앉아서 오직 작업에만 열중했다.
처음 미디로 작곡했을 때도 나만의 세상에 갇혀서
어무니가 밥 먹어라 불러도 이것만 하고요를 건성으로 외치다 결국 먹지 못했지.
그 감각이 그리웠던 탓일까.
음원 사재기하는 것 마냥 완성된 곡을 여러 기기에 공유해가며 질리도록 무한반복해서 들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했다.
작업한 곡을 친구에게 보내니 너무 고맙다며 답례로 아웃백 기프티콘을 주겠다고 하는 게 아닌가!
'나도 드디어 스테이크 한번 썰어보나' 2초 고민했지만, 나랑 동갑내기에 그런 돈이 어딨으리.
그냥 치킨으로 타협 보았다.
무려 치킨 중에서도 제일 비싸다는 'BBQ 황금 올리브 치킨'으로 말이다.
 
갑작스런 연락에 시작된 작업이었지만, 옛날의 나를 다시 찾은거 같아 기뻤다.
원래 넷플릭스나 유튜브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데,
오늘은 이 감각만을 즐기다가 일찍 자야겠다.
내일 치킨 먹을 생각에 잠이 올라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