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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일기

『The Brand New Heavies - You Are The Universe』

by ldj0214 2024. 5. 17.

2024. 05. 17. 금
오늘의 곡은 The Brand New Heavies의 You Are The Universe.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였나
그 말을 무시한 채 뒹굴뒹굴 놀고먹기를 반복한 결과,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쌈짓돈마저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먹을 거엔 돈 아끼지 말라는 어무니의 말씀을 너무 신용한 나머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시킨 떡볶이와 갈릭불고기와퍼 세트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제 진짜 위험했기에 먹고 싶은 음식들을 상상하면서
가성비갑 간장계란밥을 만드려고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려고 하는 순간,
고등학교 선배의 연락이 왔다.

...
'DJ 일 해보지 않을래?'
일이 너무 고팠던 나머지 전후 상황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흔쾌히 승낙했다.
선배가 무대를 기획하고 있는데 주변에 DJ 장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연락했단다.
거금을 들이고 충동구매한 DJ 장비가 애물단지가 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거라 까먹은 기능들이 많았지만,
공연이라는 목적이 생기니 전보다 더 흥미를 가지고 연습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연습하다가 배꼽시계가 울려 밥 먹고 다시 하자는 생각에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 반으로 가르려는 순간,
이번엔 고등학교 친구의 연락이 왔다.

...
'혹시 전에 보내줬던 이디엠 수정 가능할까...?'
동요를 이디엠으로 바꿔달라는 부탁 덕에 얻어먹었던 치킨의 맛을 되뇌면서 어떤 부분을 수정하면 될지 물어봤다.
송폼만 바꾸면 된다길래 후딱 끝내고 편안한 마음으로 밥을 먹자는 생각에 당장 컴퓨터를 켰다.
무사히 수정작업을 끝내고 고맙다는 연락을 받은 뒤 다시 계란을 집으려는 순간,
또 휴대폰이 울려 확인해보니 무려 버거킹 기프티콘을 주는 게 아닌가!
치킨도 얻어먹었는데 햄버거까지 얻어먹는 게 미안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갈릭불고기와퍼 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냉장고에 다시 계란을 집어넣고, 기름을 후라이팬에 바르는 대신 선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밖으로 나갈 채비를 마쳤다.
 
이 일들이 일어난 게 불과 며칠 전이였건만,
오늘은 또 내가 돈 없는거 어떻게 알고 큰엄마 께선 용돈을,
외삼촌이 저녁 든든히 챙겨 먹으라고 육개장을 시켜주셨다.
너무 과분한 사랑들이었다.
나에게 도움 주신 분들께 배로 갚을거라는 기도를 몇 날 며칠 함에도 불과하고
그게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막연한 자기 위로일 뿐인 게 아닐까 한번씩 생각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내가 받은 빚을 하나씩 갚아나가야 할 때 인 것 같다.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요새 The Brand New Heavies의 You Are The Universe라는 곡에 빠져있다.
디제이 연습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곡인데,
멜로디, 가사, 분위기 삼박자가 어우러지는 멋진 곡이라 생각해서
하우스로 리믹스한 버전을 메인으로한 셋 리스트를 짜고 있다.
만약 내가 만든 셋 리스트가 궁금하다면...? 


...

6/13 목요일 홍대 홈리스 헤븐으로 오면 볼 수 있다!
많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