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7. 08. 월
오늘의 곡은 Oh The Larceny 의 The Future Is Golden 어쿠스틱 버전.
내가 성공할 거란 확신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오늘 그에 대한 확실한 답을 드디어 찾았다.
어제 치른 JLPT 시험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
6년차 아이돌 연습생으로 생활 중인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연락의 주된 목적은 내년에 예정된 데뷔 앨범 트랙을 써주지 않겠냐는 요청이었다.
이미 작곡과 작사, 컨셉, 기획등은 전부 끝난 상태고, 그냥 트랙만 쓰면 된다고 하여
이 친구가 드디어 제대로 된 회사에 들어가 데뷔를 하는구나 내심 기쁘면서,
마침 돈이 너무나도 궁한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놓칠세라 바로 대표님과의 미팅을 진행했다.
대표님과 가볍게 인사 후 카페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가 만든 음악들을 듣자 나에게 가능성과 천재성이 있다며 2년 동안 계약해서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다.
손바닥과 고개를 열심히 좌우로 흔들며 지금의 회사 상황과 내가 맡게 될 일들의 설명을 쭉 들어본 결과,
고등학교때 나를 가스라이팅했던 모 학원 선생님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진짜 내가 이 대표님을 믿고 한 몸 바쳐도 되는가 의구심이 들었다.
아이돌을 런칭하는건 이번이 처음이라 주축이 되는 사람들이 없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는 회사 시스템은 물론이고,
전문 담당 부서 없이, 그 친구 혼자 자기 그룹의 컨셉을 기획하고 작곡과 작사를 도맡아 하는 상황은 누가 봐도 수상했다.
모든 기획과 작곡이 되어있다고 들었기에, 윗사람들이 해주었구나 생각했지만,
그냥 그 친구가 재밌어서 만든 아무런 공신력 없는 일기장에 불과한 내용들이었다.
그럼에도 그 친구는 그 대표님을 믿고 따르며, 그 대표님도 그 친구를 믿고 성심성의껏 지원해주셨다.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 채 어영부영 미팅을 끝내고 대표님과 헤어진 뒤 그 친구와 같이 지하철을 타면서
도대체 무엇을 믿고 그 회사에 있으려고 하는지, 또 대표님은 너의 무엇을 보고 곁에 두려 하는지,
궁금한건 태산처럼 많았지만 예의상 모든 것을 물어볼 수 없기에 함축한 한 문장으로 물었다.
'넌 네가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니?'
그로부터오는 대답은, '어', '물론' 이런 게 아닌, '무조건' 이었다.
그 대답을 들은 순간, 멍 때릴 수 밖에 없었다.
아무런 수입과 성과가 없는 길고 긴 연습생 생활을 계속함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회사에서 이루어질 데뷔가 성공적일 거라는 보장이 없는 이 마당에,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긴커녕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친구는 회사에 대한 신뢰를 넘어 오로지 자기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게 분명히 느껴졌다.
그 친구를 보고 성공에 대한 확신은 어디에서 오는지 이제 확실히 깨달았다.
성공에 대한 확신은 외부의 조건들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오는 것이었다.
내가 의심한 나의 확신의 출처는 아마 이 친구처럼 자신을 굳게 믿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랴.
자신의 대한 믿음이 커질수록 그 확신도 커져, 결국 원하는 것을 이뤄 성공하지 않을까 싶다.
대표님의 제안에 엄청난 고뇌의 시간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하지 않기로 했다.
여러 복합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오로지 돈을 쫓는것이 아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따르며 내가 택한 길을 의심하지 않는 것.
즉, 나를 굳게 믿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더욱 이득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를 좋게 평가해주고 좀처럼 없는 귀중한 기회를 제안해준 친구와 대표님께는 정말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멀지않는 훗날, 음악계에서 서로 성공하여 다시 만났으면 좋겠구만.
유명해지기 전에 미리 그 친구 싸인 받아놓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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