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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일기

『배치기 - 두마리』

by ldj0214 2024. 7. 14.

2024. 07. 14. 일

오늘의 곡은 배치기의 두마리.

 

바닥이 보이는 통장을 보며 한숨만 푹푹 쉴 수 없는 노릇이기에,

요 일주일간 열심히 알바몬과 알바천국을 넘나들며 일자리를 찾아다녔다.

대학 1학년 때 처음 시작한 알바에 멋도 모르고 내 몸을 혹사한 경험 때문인가,

나만의 알바 기준점이 올라가 내가 원하는 조건의 알바를 찾기 힘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는커녕, 배가 부른 소리만 늘어놓는다.

무슨 저명한 알바 평론가가 된 것 마냥,

'이 알바는 역 주변이라 유동 인구가 많아 힘들겠구만.' 라던지,

좋은 시급과 조건에도 불구하고 상시모집이라는 단어하나에 

'아마 일이 혹독해 그만둔 사람이 많으니 상시모집이겠구만.' 라던지,

오히려 경험이 많아질수록 자잘한 조건들이 붙어 '지원하기' 버튼 누르는 것을 망설이게끔 한다.

점점 홀쭉해져 가는 내 몸을 보며 하루빨리 돈을 벌어 맛있는 거 잔뜩 사 먹어야지 생각하지만,

그에 비해 점점 갸름해져 가는 내 얼굴을 보며 생기는 근자감 덕분에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리다 보면 내가 원하는 조건의 완벽한 알바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돈이 동나기 전에 빨리 일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촉박함 사이의 애매한 감정을 내심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얼마나 더 절박해야 지 스스로 힘든 일을 찾아서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