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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일기91

『Gloria Gaynor - I Will Survive』 2024. 04. 06. 토 오늘의 곡은 글로리아 게이너의 난 살아남을 거야. 봐야지 봐야지 미뤄났던 영화중에 하나인 '마션'을 드디어 보았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장르의 영화라고 하면 대체로 부정적이거나 침울한 분위기지만, 이 영화는 그와는 전혀 다른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가 가득했다. 그 뿐 아니라 몰입도도 엄청나게 높아 짧지 않은 2시간 반이 훌쩍 지나갔다. 만약 내가 화성에 조난당한 상황이라면 패닉에 빠지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주인공의 긍정의 힘이 영화를 다 본 후의 여운을 대체할 정도로 대단했다. 초등학교때 자신의 장점 적어보세요 하면 항상 넣는게 긍정적인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일이 없어서 그런지 부정적인 생각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워 가고 있다. 우리 아부지 별명인 부정돌이의 대를 .. 2024. 4. 6.
『Lucy Rose - Over When It's Over』 2024. 04. 04. 목 오늘의 곡은 루시 로즈의 Over When It's Over.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다른 세상에 갔다. 완벽은 없다 생각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다. 그런 곡이 몇이나 될까. 보통 인트로 듣고 끄고, 코러스 듣고 끄고, 맘에 안 들면 끄고, 남들이 좋다 하면 끄고, 나만의 이상한 기준이 점점 확고해 질 때 마다 전공생이라는게 눈엣가시가 된다. 아무생각 없이 즐기려 해도 에너지를 쓰고 만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던 개구쟁이 5학년 2반 내가 그립다. 2024. 4. 4.
『로이킴 - 봄이 와도』 2024. 03. 31. 일 오늘의 곡은 로이킴의 봄이 와도. 고등학교 때 제일 친했던 친구놈이 자대배치 받고 처음 휴가를 나왔다. 군에 있을 때 맨날 너무 힘들다, 크게 다치면 전출할 수 있으려나 같은 부정적인 소리만 해대서 걱정했는데 실제 얼굴 보니 괜찮아 보여 안도했다. 내 자취방에서 1박, 친구 집에서 2박, 총 4일간 서울에 머물렀는데, 피시방에, 노래방에, 목욕탕에, 고딩때 놀던 그 루틴 그대로 오랜만에 징하게 놀았던것 같다. 덕분에 내 통장은 텅장이 되었지만 추억으로 채워 넣었으니 됐다. 이 곡은 이 친구가 서울에 머무는 동안 질리도록 들었던 곡이다. 내가 너무 질려서 봄이 와도 금지령을 내렸지만 아랑곳않고, 쉴 틈 없이, 연속해서, 하루종일 불러대더라. 결국 나도 세뇌되어 친구 대전 보내고.. 2024. 3. 31.
『싸이 - 아버지』 2024. 03. 27. 수 오늘의 곡은 싸이의 아버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잔혹한 질문에 난 곤란한 기색 없이 '엄마가 좋아' 라고 외쳤다. 남을 내려다보는 듯한 말투와 잘 모르는데 아는척하는 습관, 자신만 챙기는 서투른 센스와 동그랗게 벗겨진 머리, 아부지의 사소한 단점들이 눈에 속속히 보여서 어릴 땐 아부지보다 어무니를 더 좋아하였다. 그런 아부지가 웬일로 내 자취방에 놀러 왔다. 자기 회사에서 커다란 페스티벌을 하는데, 무료 티켓이 생겨 그거 보러 가는 김에 나랑 같이 서울 구경하려고 3박 4일동안 채류할거라고 하셨다. 어디 놀러 가면 항상 어무니, 아부지, 나 셋이서 갔는데 아부지랑 단둘이 놀러 가는 건 유치원 때 이후로 처음이어서 조금 긴장했다. 아부지랑 단둘이 콘서트도 보고, .. 2024. 3. 27.
『damdoo - always』 2024. 03. 19. 화 오늘의 곡은 담두의 always. 이 곡은 내가 고등학교 때 지은 곡인데 이제서야 음원 등록을 해본다. 그때는 믹싱도 잘 모르고 내 실력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서 주의에서 이 정도면 음원 내도 되겠는데 라고 말할때 '에이 그 정돈 아니죠' 라며 쓸데없이 겸손 떨었다.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깎아내리는 중에 얼마나 많은 좋은 기회들을 놓쳤는지 모른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그런가 요즘은 하루빨리 나를 세상에 비추고 싶어 안달이 났다. 오랫동안 잠적했던 유튜브 계정에 영상도 올려보고, 여러 공모전 같은 걸 찾아 도전해보고. 처음 시작이 어렵지 막상 해보니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음원 등록하는 것도 복잡할 줄 알았는데 버튼 몇 개 클릭하고 돈만 지불하니 알아서 다 해주더라. 세상 .. 2024. 3. 19.
『이마트 - I just PEACOCK』 2024. 03. 13. 수오늘의 곡은 이마트 피코크송. "당신은 12년간 악몽에서 깨어나 2012년으로 돌아왔습니다"라는 류의 인스타 릴스가 요즘 내 피드에 많이 뜬다.어렸을 때 놀았던 장난감 사진과 항상 부모님과 같이 갔던 대형마트의 풍경,낡아 빠지도록 읽었던 만화책이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영상이 주로 나오는데커가면서 점차 잊어가고 있었던 것을 상기시켜 주니가슴 한편이 저려온다 해야 하나, 답답하다 해야 하나이유 모를 여린 통증과 함께 지나온 추억들을 회상하고 만다.그땐 그랬지, 그땐 왜 그랬을까,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시간도, 사람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 괜히 후회하는 척.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그땐 그랬지'를 연신 외친다. 이 순간도 추억이 돼 12년 후에는 지금을 그리워.. 2024.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