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곡일기86

『싸이 - 아버지』 2024. 03. 27. 수 오늘의 곡은 싸이의 아버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잔혹한 질문에 난 곤란한 기색 없이 '엄마가 좋아' 라고 외쳤다. 남을 내려다보는 듯한 말투와 잘 모르는데 아는척하는 습관, 자신만 챙기는 서투른 센스와 동그랗게 벗겨진 머리, 아부지의 사소한 단점들이 눈에 속속히 보여서 어릴 땐 아부지보다 어무니를 더 좋아하였다. 그런 아부지가 웬일로 내 자취방에 놀러 왔다. 자기 회사에서 커다란 페스티벌을 하는데, 무료 티켓이 생겨 그거 보러 가는 김에 나랑 같이 서울 구경하려고 3박 4일동안 채류할거라고 하셨다. 어디 놀러 가면 항상 어무니, 아부지, 나 셋이서 갔는데 아부지랑 단둘이 놀러 가는 건 유치원 때 이후로 처음이어서 조금 긴장했다. 아부지랑 단둘이 콘서트도 보고, .. 2024. 3. 27.
『damdoo - always』 2024. 03. 19. 화 오늘의 곡은 담두의 always. 이 곡은 내가 고등학교 때 지은 곡인데 이제서야 음원 등록을 해본다. 그때는 믹싱도 잘 모르고 내 실력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서 주의에서 이 정도면 음원 내도 되겠는데 라고 말할때 '에이 그 정돈 아니죠' 라며 쓸데없이 겸손 떨었다.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깎아내리는 중에 얼마나 많은 좋은 기회들을 놓쳤는지 모른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그런가 요즘은 하루빨리 나를 세상에 비추고 싶어 안달이 났다. 오랫동안 잠적했던 유튜브 계정에 영상도 올려보고, 여러 공모전 같은 걸 찾아 도전해보고. 처음 시작이 어렵지 막상 해보니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음원 등록하는 것도 복잡할 줄 알았는데 버튼 몇 개 클릭하고 돈만 지불하니 알아서 다 해주더라. 세상 .. 2024. 3. 19.
『이마트 - I just PEACOCK』 2024. 03. 13. 수 오늘의 곡은 이마트 피코크송. "당신은 12년간 악몽에서 깨어나 2012년으로 돌아왔습니다" 라는 류의 인스타 릴스가 요즘 내 피드에 많이 뜬다. 어렸을 때 놀았던 장난감 사진과 항상 부모님과 같이 갔던 대형마트의 풍경, 낡아 빠지도록 읽었던 만화책이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영상이 주로 나오는데 커가면서 점차 잊어가고 있었던 것을 상기시켜 주니 가슴 한편이 저려온다 해야 하나, 답답하다 해야 하나 이유 모를 여린 통증과 함께 지나온 추억들을 회상하고 만다. 그땐 그랬지, 그땐 왜 그랬을까,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시간도, 사람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 괜히 후회하는 척.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그땐 그랬지'를 연신 외친다. 이 순간도 추억이 돼 12년 후.. 2024. 3. 13.
『Troye Sivan - Got Me Started』 2024. 03. 10. 일 오늘의 곡은 트로이 시반의 Got Me Started. 한 2주간 이 곡에 빠져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좋아 죽는 하우스 풍 리듬을 섞은 UK 가라지 비트에, 영상미 철철 넘치고 춤이 정말 매력적인 뮤비 퀄리티 때문에 닳고 닳도록 꾸준히 보고 듣고 즐긴 것 같다. 트로이 시반이 동성애자인 것을 감안하고 보면 가사와 뮤비가 또 색다른 느낌을 가져다준다. 쪼오금 야시꾸리하지마는 그것마저 통틀어 하나의 작품이자 트로이 시반 그 자체라 생각한다. 포스트 코러스에 Bag Raiders의 Shooting Stars 멜로디를 사용하였는데, 어찌 보면 밈의 대표 곡이라 할 수 있는 곡을 서슴없이 자신의 곡에 이용하는 모습도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너무 호들갑 떨듯이 우다다 적었.. 2024. 3. 10.
『GEUNSU(근수) - Money(돈)』 2024. 02. 29. 목 오늘의 곡은 근수의 돈.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행복하려면 돈이 많아야 할까. 짧다고 하면 짧은 22년 인생, 돈보단 행복을 쫓아 달려왔건만 요새 이 딜레마가 나를 계속 괴롭힌다. 우리 집안이 그렇게 넉넉한 편은 아니기에 항상 눈치를 보며 음악을 해왔는데, 가진 게 많은 이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대로 세상에 펼칠 거라 생각하니 배알이 꼴릴 때도 있었다. 돈이라는 조건을 가지고 시작했으면 나의 목표와 꿈이 달라졌을까. 그런 고민에 침울감이 늘어날 때면 기분전환으로 퍼즐게임을 한다. '로얄 매치'라고 알 사람을 알 텐데, 왕이 위험에 처해 도움을 구하지만 결국 실패하는 내용의 광고가 유튜브 틀면 시도 때도 없이 나와 결국 깔게 만든다는 악명높은 게임이다. 나 말고도 우리 가족.. 2024. 2. 29.
『거리의 시인들 - 생일』 2024. 02. 14. 수 오늘의 곡은 거리의 시인들의 생일. 요 나흘간은 정말 행복한 나날을 보낸 것 같다. 친척들끼리 삼삼오오 수다 떨며 사촌 누나 애기들 재롱도 보고, 부모님과 값싼 화이트와인으로 나름 분위기 잡으며 고기도 썰고, 어무니랑 단둘이 자전거 라이딩가다가 어무니 다리힘이 풀리는 바람에 넘어져 하루종일 그 얘기로 웃기도 하고, 케잌은 넘 비싸서 동그란 카스테라에 생일 초 꽃아 조촐한 생일파티도 하고, 중학교 친구랑 만나 술 한잔에 고민을 털어버리기도 하고… 너무 즐긴 나머지 아주 독한 감기에 걸려버렸지만 생일 당일에 이렇게 아픈건 21년 인생 처음이라 이 또한 너무 즐거웠다. 앞으로 남은 약 79번의 생일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또 어떤 일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까. 정말 기대된다. 내 생.. 2024. 2. 14.